시월의 주흘산에서 가을을 만나고 왔습니다.
물들어가는 나뭇잎과 여궁폭포 주변으로 바람을 타고 내려앉는 낙엽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주었습니다.
서울고 총산 덕분에 선배님들과 동기들이 함께 이 풍경 속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산행에서는 49회 김현석 선배님과 54회 윤성환, 홍정기, 그리고 저 이상원까지 네 사람이 일행이 되어 걸었습니다.
현석 선배님께서는 산행 전날 주봉을 지나 영봉과 부봉까지 이어가는 코스를 제안해주셨습니다.
다만 저는 몸이 아파 한동안 운동을 쉬었다가 체력을 회복하는 중이었고,
성환이는 철인 3종 경기를 마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정기 역시 긴 산행에 부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걸으며 시간과 컨디션에 따라 코스를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산행 초반에는 가을 풍경을 즐기며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오르막이 이어지면서 정기가 점차 힘들어했습니다.
앞에서는 현석 선배님께서 속도를 맞춰주셨고, 뒤에서는 성환이와 제가 말을 건네며 함께 올라갔습니다.
다른 사람의 속도를 따라가려고 무리하지 않아도 되니, 천천히 가보자고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정기는 힘든 가운데서도 다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산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친구가 끝까지 걸어주는 모습을 보며, 저 역시 힘을 얻었습니다.
함께 준비한 과일을 나누고 쉬어가며, 우리는 조금씩 주봉에 가까워졌습니다.
오후 1시 27분, 마침내 네 사람이 함께 주봉에 도착했습니다.
시간상 영봉과 부봉까지 이어지는 계획은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그래도 함께 정상에 서니 아쉬움보다 반가움이 컸습니다.
정기가 끝까지 걸어준 것도 고마웠고, 자신의 계획보다 후배들의 발걸음을 먼저 살펴주신 현석 선배님께도 감사했습니다.
정상에서는 성환이가 준비한 편육과 정기가 가져온 닭강정, 각자 챙겨온 음식을 펼쳐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올라오는 동안 힘들었던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이날의 성취는 네 사람이 함께 나누는 식사 속에서 더 실감났습니다.
저와 성환이는 이번 주흘산에서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도 처음 해보았습니다.
앞으로 총산을 따라 여러 산을 찾아가며 기록을 하나씩 쌓아보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선배님들과 함께라면 앞으로도 가볼 산과 배울 것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산길에서는 대화를 나누며 내려왔습니다.
마지막 구간에 정기가 다시 지치기도 했지만, 함께 쉬고 발걸음을 살피며 끝까지 산행을 마쳤습니다.
주차장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다리가 무거웠지만, 넷이 함께 다녀왔다는 마음은 든든했습니다.
뒤풀이 식당에는 선배님들이 먼저 도착해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늦게 도착한 저희는 각자 빈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선배님들께서 음식을 추가로 주문해주시고 수고했다며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산에서는 걸음을 맞춰주시고, 식당에서는 자리를 내어주시는 배려를 받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주차장에서 함께 교가를 부르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몇몇 선배님들과 자리를 이어가며 산과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산행을 마친 뒤까지 선배님들의 경험을 나눌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이번 주흘산 산행을 돌아보면 아름다운 가을 풍경과 함께, 서로의 속도를 살피며 걸었던 네 사람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힘들어하는 친구 곁에 머물고, 자신의 계획을 조정하며 함께 가는 마음에서 동문 사이의 우정과 의리를 느꼈습니다.
산행 실력이 서로 달라도 발걸음을 맞춰주는 선배님과 친구들이 있어 함께 산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날 제가 느낀 총산의 든든함도 그 안에 있었습니다.
가을 산행을 준비하고 진행해주신 총산 운영진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함께 걸어주신 김현석 선배님, 성환이와 정기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다음 산행에서도 선배님들과 동기들을 만나 함께 걷겠습니다.
54회 이상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