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올해 동문산악회 해외산행지는 홍콩으로 정했다. 홍콩의 최적기는 11월. 매년 진행되는 해외산행 일정 중 가장 늦은 일정이었다. 34회 홍성필 감사가 작년에 부부 함께 다녀온 후 적극 추천한 코스였고, 현지 여행사 연결과 함께 국내 여행사 비교, 프로그램 검토를 이어가며 준비 과정은 길고도 복잡했다. 많은 인원이 오직 동문이라는 이유로 움직이기에 산행 코스와 먹는 것, 자는 것도 만족스러워야 하고, 비용도 타당해야 했기에 신중함은 필수였다.
6월부터 모객을 시작했고, 78명에서 마감되었지만 여러 우여곡절 끝에 11회부터 46회까지 총 72명이 최종 확정되었다. 그리고 11월 20일, 마침내 3박 4일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 첫째날 – 첫 걸음, 그러나 이미 하나!
출발 과정에서 한 가지 해프닝이 있었다. 21회 유인식 선배님께서 당일 공항이동 중 여권을 집근처에 떨어뜨려 저녁 늦게 합류하셨지만, 그 외에는 큰 문제 없이 모두 무사히 홍콩에 도착했다.
도착직후 36명씩 두 대로 나눠 이동하며, 이미 해외산행 경험이 많은 동문들답게 자연스럽게 질서와 배려가 이어졌다. 피곤한 비행 시간이었지만 모든 이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도착과 동시에 첫 코스인 드래곤스 백 트레킹(6.3km / 약 2시간 10분)을 걸었다. 이어 빅토리아 피크 서클 워크(3.5km / 약 1시간 30분)까지 모두 완주했다.
서홍회(서울고 홍콩 동창회)에서 매일 산행을 위해 준비한 간식을 먹으며, 빅토리아 피크의 어둠 속 홍콩 야경은 오래도록 잊기 어려운 장면이 되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29회 선배님들이 가장 많은 참석 기수로 맥주와 고량주를 부담했고, 공창협 선배의 사회, 전 총동창회장이신 신현호 동문의 축사로 분위기는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그날 밤, 호텔 도착 이후 이어진 자발적 뒤풀이, 그 자리엔 웃음과 여러 이야기, 그리고 묵묵히 이어져온 동문 간의 시간이 있었다.
■ 둘째날 – 나이를 잊은 열정, 세대를 잇는 걸음
홍콩 전국체전으로 인해 차량 통제 영향이 있었으나, 어제 늦게까지 이어진 술자리에도 일찍 아침식사후 바로 출발했다. 이날도 두 코스로 나뉘어 산행했다.
1코스 : 선셋 피크(9.5km / 약 4시간 20분) 40명 참여
2코스 : 사우스 란타우 트레일(7.6km / 약 3시간)
선셋 피크 팀은 탁 트인 능선과 바다를 곁에 두며 각자의 걸음과 대화를 이어갔다. 정상을 지나 예전 영국 관리들의 별장 터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여행사가 준비한 멸치김밥과 서홍회 간식과 오랜 걸음후의 한잔은 뜻밖의 감동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10회대 선배님들이 후배들보다 먼저 정상에 서 계신 모습이었다. 그 순간 많은 후배들이 느꼈다.
“동문산악회는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서로에게 삶의 기준이자 미래의 거울이다.”
저녁에는 원래 예정된 한식 대신 광동식으로 업그레이드된 만찬이 진행되었으며, 이날 주대는 회장기수인 36회가 부담했다. (이 자리를 빌어 36회 김승희 동기산악회장, 김진우 동기회사무국장, 최동호 총동문회부회장등 성공적 총산회장직 수행을 위해 기부 및 지원을 아끼지 않은 동기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뒤이어 홍콩 부두 루프탑 카페에서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야경을 보면서 와인 및 주류 모임이 이어졌고, 서홍회 (회장 김용직 43회) 임원들 및 아내들이 인사차 참석해서 더욱 자리를 빛내주었다.
카페에서 뜻밖에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 나왔지만, 그 자리는 28회 한만엽 차기회장님이 전액 흔쾌히 부담하셨다.(다시한번 감사합니다.) 카페의 분위기는 웃음이 많고 가볍고 따뜻했다.
■ 셋째날 – 체력보다 마음이 앞서고, 풍경보다 동문이 소중한 날
연이은 산행에 몇몇 동문과 배우자들은 호텔에서 휴식을 택했다.
누군가는 아쉬웠고, 누군가는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 시간 이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11회 이익효고문님과 16회 김승남 고문님, 한문규선배님들이 여전히 코스 완주를 선택하신 모습은 깊은 울림이었다.
이날 코스는 다음과 같이 나뉘었다.
1코스 : 샤프 피크 트레킹(12km / 약 5시간 30분) — 23명 참석
2코스 : 맥리호스 트레일 2구간(8km / 약 3시간 30분)
특히 의미 깊었던 순간은, 53회 서홍회 총무 최아람(53회)의 중학교 3학년 아들과 그 친구가 난생처음 산에 그것도 홍콩에서 가장 높은 샤프피크를 함께 오른 일이었다.
동문 누군가에게는 손자뻘, 아들뻘인 후배들이 함께 걸으며 선배들에게 용돈을 받아 기뻐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최아람총무 아내와 친구 부모로 부터 들었을 때, 용돈받은 아들들과 용돈준 동문들에게도 훗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마지막 저녁은 광동식 샤부샤부였다.
홍콩산행 참여 동문 고문단에서 만찬 주류를 찬조하였고, 서홍회의 도움에 대한 감사패와 격려금, 기념품을 11회 이익효 고문님이 직접 전달하며 이날의 식사는 감동으로 완성되었다.
■ 넷째날 – 여유로운 마무리, 그리고 오래 남을 울림
원래 마지막 일정은 다이아몬드 힐의 난리안 가든 방문이었으나, 동문들의 다수 의견에 따라 느긋한 조식 이후 바로 공항 이동으로 변경했다.
그 결정 또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졌고 그렇게 무사히 홍콩 산행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이번 여정의 본질은 산행이 아니었다.
함께 걷는 시간, 서로 챙기고 나누는 마음, 선배의 품격과 후배의 배려, 그리고 “서울고 동문”이라는 단 하나의 끈.
그 모든 것이 3박 4일 동안 분명하게, 그리고 눈부시게 증명 되었다.
누군가는 산행 중 힘들어했고, 누군가는 뒤풀이에서 크게 웃었으며, 누군가는 헌신으로 이 자리를 채웠다.
찬조하신 고마운 분들, 묵묵히 뒤에서 도운 분들, 그리고 끝까지 함께 걸어준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이번 홍콩 특별산행은 단지 여행이 아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 확인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서울고 동문산악회가 지속하는한 앞으로의 걸음에도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비록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기부까지 해주신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선배님처럼 동문산악회를 아끼는 마음이 모여 산악회를 움직이고 발전시킨다고 믿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